평화를 빕니다

익숙한 집과 일터를 떠나니 그동안 안보이던 것이 보이는 여유가 생깁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이 삶의 자리는 하느님께서 나를 부르신 자리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이 나라로, 이 가정으로, 이 신앙공동체로 부르셨고 오늘 만날 또 누군가와의 만남으로 나를 부르고 계시며 앞으로도 그분의 부르심에 따라 많은 만남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부르심은 평화를 빌라는 부르심입니다.

예수께서 일흔 두 제자를 뽑아 앞으로 찾아가실 여러 마을과 고장으로 미리 보내시며 어느 집에 들어가든지 먼저 ‘이 댁에 평화를 빕니다!’ 하고 인사하라고 하십니다. 우리는 어디를 가든지 누구를 만나든지 평화를 빌라는 부르심을 받은 그분의 제자입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정의 없이 누릴 수 없는 이 평화는 우리 힘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는 평화를 빕니다. 예수께서도 제자들을 위해 평화를 비셨듯 우리 마음의 평화를, 가족의 평화를, 이웃의 평화를, 이 나라의 평화를 그리고 이 세상의 평화를 빌고 또 빌어야 합니다. 

아둥바둥 살게 되기 쉽지만 사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라는 게 평화를 비는 마음으로 사는 삶이면 충분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게 주어진 삶으로 나와 함께 한 이들에게 평화를 빌 수 있다면, 잠시 머물렀던 이 땅에 평화를 빌 수 있다면, 잠시 스쳤던 생명들에게 평화를 빌 수 있다면 내 삶은 그것으로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이었다는 고백을 남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평화를 빌 수 있는 고귀한 생명을 주시고 이 고귀한 삶으로 부르신 주님께 감사하는 여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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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 되는 법을 배운 토요일 아침